디펜스 헤드라인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는 신개념 무기는 바로 UAV(Unmanned Aerial Vehicle)라 불리우는 무인비행체, 속칭 드론(Drone)일 것이다. 국가뿐만 아니라 테러 조직이나 무장단체들도 사용하면서 위협이 되고 있는 드론 무기체계와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안티드론 시스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서 살펴보자.
21세기 전쟁의 상징이 된 드론
드론(Drone)은 항공작전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데 무장의 수량과 양은 작아도 몇 시간이나 계속 떠 있으면서 적의 정확한 위치와 얼굴까지 파악해 지속적으로 초정밀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에서 베트남군은 미군의 폭격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작전을 했지만, 아프간 산악 지역에서 싸우던 탈레반은 24시간 내내 어느 곳이건 정확하고 끈질기게 폭격을 퍼붓는 리퍼 드론의 공포 속에서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드론은 국방기술 선진국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방기술이 낮은 국가는 물론, 테러 단체부터 개인까지 군사적 목적이나 살상을 위해 드론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터키 등 여러 나라들이 근접항공지원(Close Air Support, CAS)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 무장형 대형 UAV를 생산해 실전운용 중이고, 이란과 북한같은 비교적 국방과학기술이 떨어지는 나라들도 여러 가지 무인기를 생산했다. 북한은 2014년 8월 DSLR 장비가 장착된 조악한 기술의 소형 무인기로 우리 영공을 침범한 적이 있다. 올해 9월 15일에는 후티 반군이 17기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주둔지에서 1000km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을 공격해서 일시적으로 사우디의 일일 원유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인 사건도 일어났다. 일개 무장단체도 강대국 수준에 근접하는 치명적인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얘기다.
해킹부터 드론 탐지 장비까지 ‘소프트 킬’ 안티드론
드론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필연적으로 안티드론 기술의 발전을 불러왔다. 안티드론 기술은 드론 및 무인비행체 비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원래 임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직접 파괴하는 기술을 모두 포함하는데 드론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테러집단과 무장세력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연구에 나섰다.
이들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소극적인 방법이지만 아주 저렴한 기술로 드론의 임무를 실패하도록 방해하는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이었다. 2008년 말 미군과 싸우던 구 이라크군 저항세력의 컴퓨터에서 충격적인 동영상이 발견됐는데, 미군의 무장형 드론이 원격 조종하는 조종사에게 보낸 영상들을 저항세력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미군은 1년 가까이 걸린 조사를 통해 무인 드론이 표적 공격을 위해 원격으로 전송하는 동영상이 보안에 취약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단돈 수십 달러로 살 수 있는 러시아제 해킹 프로그램과 몇 가지 장비를 사용해서 미군 무장 드론이 지금 어떤 목표를 공격하고 있는지 알아내서 미리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수동적인 드론 대응책은 비행을 방해하기 위해 여러 신호를 속이는 스푸핑(Spoofing)이다. 2011년 12월, 이란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최신 스텔스 정찰 드론 RQ-170 센티넬(Sentinel)에 거짓 신호를 보내 추락시키고 이를 공개해 미국에게 망신을 주고 센티넬을 복제한 드론까지 생산한 사건이 있었다. 무인항공기의 경우, 비행경로 설정과 이착륙을 위성항법 기능에 의존하는데 이 GPS 신호가 잡히지 않거나 가짜 신호를 수신하면 손쉽게 무인기를 추락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론이 사용하는 민간용 GPS는 암호화되지 않은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푸핑에 더욱 취약하다.
드론 탐지 장비도 속속 등장했다. 네덜란드 Robin Radar Systems의 'ELVIRA 드론 탐지 레이더'나 Kelvin Hughes의 'SharpEye™ SxV 시스템'이 가장 잘 알려진 민·군겸용 드론 탐지 시스템이다. 드론 탐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드론과 새, 자동차 등을 구별해서 탐지하는 능력이다. ELVIRA는 자동차에서도 사용하는 FM/CW(주파수 변조/연속파) 방식 레이더를 사용해 드론의 위치와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하는데 주로 공항이나 주요 시설들의 드론 작동을 감시한다. 해상용 레이더로 유명한 Kelvin Hughes의 SharpEye™ SxV는 특수 제작한 드론 탐지용 레이더와 함께 적외선 카메라를 붙여 주변에 비행하는 물체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대공포부터 미사일까지 ‘하드 킬’ 안티드론
수동적인 안티드론 기술은 민간 항공기 운영이나 평시 중요시설 방어에는 충분하지만 군용으로 사용하는 드론 및 무인항공기 작전을 방해하거나 파괴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군용 드론 및 무인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해서는 드론을 직접 파괴하는 ‘하드 킬(Hard Kill)’ 방식이 필요하다.
하드 킬 안티드론 기술 개발과 실전 배치를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우선 올해 9월부터 BLADE(Ballistic Low Altitude Drone Engagement)라고 불리는 저고도 드론 대응 시스템을 실험 중이다. 미 육군 지뢰방호 장갑차(MRAP)에 탑재하는 BLADE는 원격조종 기관총(RCWS)에 특수 안테나를 달아서 드론을 탐지하고 강력한 전파 공격으로 추락시킨다.
가장 최근에 미군이 내놓은 안티드론 시스템은 THOR(Tactical High-power Operational Responder)라고 부르는 전자 빔 시스템이다. THOR는 외형 상으로 컨테이너에 위성 안테나가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위성 안테나처럼 보이는 부분은 HPM(High-Powered Microwave) 빔을 쏘는 장치이다. 강력한 전자 빔을 쏴서 드론의 전자 장비를 고장내거나 과부화를 유도해 추락시킬 수 있는 THOR는 특히 대규모 드론 테러, 즉 벌떼(Swarm) 공격 대응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하드 킬 안티드론 무기로 고려되는 미사일도 있다. 록히드 마틴은 미 육군의 요구에 맞춰 MHTK(Miniature Hit-to-Kill)라는 초소형 대공미사일을 개발했는데, 박격포탄, 로켓포, 드론 및 무인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초소형, 초저가 대공미사일로 완성됐다. 매우 단순하지만 신뢰성 높은 반능동 레이더 탐색기를 채택해 기존 대공 유도탄 보다 가격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장갑화된 트럭에 수십 발 이상을 탑재해 대량 공격에도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관포나 미사일 등은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과도한 파괴력으로 인한 아군 피해 우려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결국 레이저 무기가 ‘궁극의 안티드론 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록히드 마틴과 다이네틱(Dynetics)社는 HEL-TVD(High Energy Laser Tactical Vehicle Demonstrator)라는 100kw급 레이저 무기 시제품을 미 육군에 공급할 예정이다. HEL-TVD는 소형 트럭 정도의 사이즈에 AH-6i 헬리콥터에 사용되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M250 엔진을 달고 배터리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발전기로 발사되는 광섬유 레이저 시스템이다. 레이저 무기는 1회 요격에 소모되는 비용이 몇 달러에 불과해 저렴하고, 기관총이나 미사일보다 동시 다목표 교전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궁극의 안티드론 시스템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의 드론 대처법은 ‘복합처방’
우리 군은 기존 대공포들의 성능개량을 통해 드론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는 중이다. 2019년 6월 방위사업청이 개발 완료를 공표한 차륜형 대공포는 소형 드론에 대한 대응능력이 입증되어 중동 등 여러 국가에 수출상담이 진행 중이다. 향후 차륜형 대공포보다 더욱 성능이 향상된 탐지장비와 화력을 가진 차기대공포도 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드론 대응능력이 대공 레이더와 대공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복합센서를 융합하는 드론 탐지 기술과 저가 드론 요격기술을 조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단순 회피부터 전파방해, 해킹, 기관총과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티드론 시스템에 대해서 살펴봤지만 핵심 키워드는 한마디로 ‘융복합(Convergence)’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손바닥 만한 크기부터 수 미터 이상의 대형 무인항공기까지 드론의 크기와 성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탐지 시스템이든 요격 시스템이든, 여러 종류의 서로 다른 특성을 사용하는 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효과적이다.
* 본 원고는 필자의 개인의견으로 LIG넥스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